컴프리헨서블 인풋 — 모르는 단어를 세면 자료가 맞는지 보입니다
2026년 8월 7일 · 1708 단어

이해 가능한 인풋은 대충 알아듣는 자료가 아니라, 모르는 단어가 몇 개인지로 정합니다.
컴프리헨서블 인풋(컴프리헨시블 인풋, comprehensible input)은 "지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를 많이 접하라"는 말입니다. 문제는 그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다들 감으로 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몇 %를 알아들어야 맞는 자료인가요?
흔히 말하는 95%는 이해도가 아니라 아는 단어의 비율입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숫자입니다.
검색해 보면 "7080% 이해되면 적당하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연구에서 쓰는 숫자는 이해도가 아니라 그 자료에 나온 단어 중 내가 아는 단어의 비율입니다. 읽기는 9598%, 듣기는 95%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Webb, 2021).
이걸 섞으면 자료를 실제보다 쉽다고 판정하게 됩니다. "한 80%는 알아들은 것 같다"는 느낌은 대체로 아는 단어 몇 개로 대충 때려 맞힌 결과입니다. 아는 단어 비율로 다시 세면 70%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느낌은 부풀려지지만 개수는 부풀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를 세지 말고 개수를 세는 게 낫습니다.
그 비율을 어떻게 세나요?
영어 자막 100단어를 놓고 모르는 단어가 몇 개인지 세면 됩니다. 30초면 끝납니다.
- 1~2분짜리 영상의 영어 자막을 켭니다. 한국어 자막은 끕니다.
- 대략 100단어쯤 되는 구간을 잡습니다. 보통 자막 6~8줄입니다.
- 뜻이 바로 안 떠오르는 단어에 표시하고, 개수만 셉니다.
| 100단어 중 모르는 단어 | 이 자료는 | 지금 할 일 |
|---|---|---|
| 2개 이하 (98%) | 편하게 쓸 수 있음 | 바로 쉐도잉 시작 |
| 3~5개 (95%) | 딱 맞음 | 모르는 단어만 먼저 찾고 시작 |
| 6~10개 (90%) | 조금 어려움 | 같은 채널의 더 짧은 영상으로 |
| 10개 초과 | 지금은 아님 | 자료를 바꾸는 게 빠름 |
세어 보면 대부분 자기가 고른 자료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게 됩니다. 미드나 뉴스로 시작했다가 3주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이쪽입니다. 자료를 낮추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낮춰야 훈련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 들리는 구간을 붙잡고 애쓰는 건 대체로 헛수고입니다. 애써서 뚫는 게 아니라,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자료로 바꾸는 것이 훈련입니다. 이해하려 이를 악무는 순간 그 자료는 이미 인풋이 아닙니다.
다 아는 단어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단어를 다 알아도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아는 단어 비율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 자료를 줬는데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소수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Webb, 2021). 단어를 다 안다는 건 출발선일 뿐입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글로 읽으면 아는데 들으면 모르는 경우라면 단어 문제가 아니라 소리 문제입니다. 자료를 더 낮춰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건 원어민 영어가 안 들리는 진짜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반대로 글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자료가 너무 어려운 게 맞습니다.

그래서 판정은 항상 두 번 합니다. 자막 없이 한 번 듣고, 자막을 켜고 한 번 읽습니다. 두 결과가 다르면 문제가 어디 있는지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어려운 영상은 포기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료를 낮추는 대신 자료를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같은 영상이라도 모르는 단어를 미리 찾아 두면 아는 단어 비율이 올라가고, 속도를 0.75배로 낮추면 처리할 시간이 생깁니다. 영어 자막을 켜면 소리를 놓쳐도 뜻은 따라갑니다.
다만 이 손잡이들은 떼는 걸 전제로 잡아야 합니다. 자막을 켠 채로 계속 보면 듣기가 아니라 읽기를 연습하게 됩니다. 떼는 순서는 영어 쉐도잉 하는 법에 4단계로 정리해 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어 자막을 켜고 봐도 이해 가능한 인풋인가요?
아닙니다. 한국어가 눈에 들어오면 영어 소리는 처리하지 않고 지나갑니다. 이해한 건 한국어지 영어가 아닙니다.
Q. 듣기만 많이 하면 저절로 늘까요?
이해되는 자료를 들을 때만 그렇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절반인 자료는 아무리 오래 들어도 소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간보다 자료 선택이 먼저입니다.
Q. 모르는 단어를 미리 찾아보면 반칙 아닌가요?
반칙이 아닙니다. 미리 찾는 것도 자료를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정식 방법입니다. 다만 찾아 놓은 단어가 20개가 넘어가면 그건 자료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의 자막 100단어에서 모르는 단어를 세어 보세요. 3~5개면 그대로 쓰면 되고, 10개가 넘으면 자료부터 바꾸는 게 빠릅니다. 리스닝 자체가 막혀 있다면 영어 리스닝이 안 들릴 때를 먼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