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출발선에서 — 시점이 아니라 재료가 없다는 뜻입니다 · 중급

TED로 배우는 영어표현: from scratch 뜻 — 왜 '긁는 것'이 '맨땅에서'가 됐을까

실제로 쓰이는 장면

“It's much easier to improve on somebody else's idea than it is to create something new from scratch.”

출처: The surprising habits of original thinkers | Adam Grant | TED · TED 공식 채널. 영상의 저작권은 원 채널에 있으며, 이 페이지는 유튜브 공식 임베드로 재생합니다.

어떤 영상인가

워비파커 투자를 거절했던 조직심리학자가, 자기가 왜 틀렸는지 7년에 걸쳐 밝혀낸 이야기

애덤 그랜트가 2016년 2월 TED2016 무대에서 한 강연입니다. 7년 전 학생 넷이 찾아와 투자를 부탁했는데 다들 백업 직장을 구해뒀고 출시 전날까지 웹사이트도 없어서 거절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요. 그 회사가 워비파커였습니다. 그는 이 실패를 계기로 오리지널스라 부르는 사람들을 연구했고, 적당히 미루는 사람이 더 창의적이라는 실험 결과와 선발주자 신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연구를 차례로 내놓습니다. 인용한 구간은 그 선발주자 이야기의 결론부, 페이스북과 구글이 후발주자였다는 예를 든 직후입니다.

TED2016 · 2016년 2월 (TED 채널 공개 2016-04-26)15:251,190만+ 조회난이도 중 · 미국식 발음. 말이 빠르고 농담이 자주 끼어들지만 발음은 또렷합니다

이 문장, 통째로 무슨 뜻일까

남의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편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1. 1

    It's much easier to improve on somebody else's idea

    남의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improve on은 이미 있는 것을 더 낫게 만드는 것. improve 혼자 쓰면 그냥 나아진다는 뜻이라 on이 중요합니다

  2. 2

    than it is to create something new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than it is to는 앞의 It is easier to와 짝을 맞춘 형태입니다. 비교 대상의 형태를 그대로 반복해요

  3. 3

    from scratch.

    아무것도 없는 데서요.

    문장 맨 끝에 붙어 앞의 create 전체를 수식합니다. 자리가 거의 항상 끝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일까

누가
애덤 그랜트 · 조직심리학자 (와튼스쿨)
어디서
TED2016 무대
언제
강연 8분 24초 지점
무엇을 하려고
선발주자가 유리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대목에서, 후발주자가 왜 실제로 유리한지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자리

그랜트는 워비파커가 온라인 안경 시장에서 첫 주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스스로 문제 삼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때는 그게 약점으로 보였다고요. 그러고는 50개 넘는 제품 범주를 비교한 연구를 꺼냅니다. 시장을 처음 만든 선발주자의 실패율이 47퍼센트, 더 낫게 개선해 들어온 후발주자의 실패율이 8퍼센트였다고요.

이어서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와 프렌드스터 뒤에 나왔고 구글이 알타비스타와 야후 뒤에 나왔다는 예를 붙입니다. 그리고 인용한 이 문장이 그 목록의 결론입니다. 왜 후발주자가 유리한가에 대한 답이죠.

여기서 from scratch가 하는 일이 정확합니다. 그랜트가 대비시키는 두 가지는 **속도**가 아니라 **출발 조건**이에요. 한쪽은 이미 있는 아이디어라는 재료를 손에 쥐고 시작하고, 다른 한쪽은 손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합니다. from the beginning이었다면 이 대비가 만들어지지 않아요. 시점이 아니라 재료를 말해야 하는 자리라 from scratch가 온 겁니다.

해설

scratch는 긁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from scratch는 "맨땅에서"라는 뜻이죠. 연결이 잘 안 됩니다. 어원을 알면 한 번에 풀려요. 옛날 육상 경기에서 출발선을 땅에 긁어서 그었습니다. 그 선이 scratch였어요. 아무 이점도 받지 못한 선수가 서는 자리, 즉 핸디캡 없이 0에서 출발하는 지점입니다. 그러니까 from scratch는 원래 "그 그어진 선에서부터"라는 말이고, 지금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뜻으로 굳었습니다.

이 어원이 중요한 이유는 from the beginning과의 차이가 거기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from the beginning은 시점을 가리켜요. 언제부터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I knew from the beginning that he was lying.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죠. 여기에 from scratch를 넣으면 이상해집니다. 알고 있었던 것은 만드는 일이 아니니까요.

반대로 from scratch는 자원을 가리킵니다. 손에 뭘 들고 시작했느냐에 대한 답이에요. 그래서 만들어내는 동사하고만 어울립니다. build, make, create, write, cook, start처럼요. 그랜트의 문장이 이 점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가 비교하는 두 상황은 시작 시점이 다른 게 아니라 손에 쥔 게 다릅니다. 한쪽은 남의 아이디어라는 재료가 있고, 다른 한쪽은 없죠.

한국어로 옮길 때도 이 감각을 살리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부터"라고만 하면 시점처럼 들려요. "맨땅에서", "아무것도 없는 데서", "재료부터 직접" 쪽이 원래 뜻에 가깝습니다. 특히 요리에서 made from scratch가 믹스를 쓰지 않았다는 뜻으로 굳어 있는 걸 기억해두면, 이 표현이 시점이 아니라 재료에 대한 말이라는 게 확실히 잡힙니다.

헷갈리기 쉬운 지점

from the beginning — 시점입니다. 언제부터냐에 답해요. 만드는 일이 아니어도 씁니다. She was against it from the beginning.

from the ground up — from scratch와 매우 가깝습니다. 다만 건물을 세우는 그림이라 조직이나 시스템처럼 구조가 있는 것에 잘 붙어요. They rebuilt the team from the ground up.

from square one — 보드게임의 첫 칸으로 돌아간다는 그림입니다. 진행하다가 되돌아갔다는 뜻이라 좌절의 어감이 강해요. We're back to square one.

start over — 그냥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재료가 있는지 없는지는 말하지 않아요. from scratch보다 넓고 가볍습니다.

from scratch — 손에 아무것도 없는 출발선. 만들어내는 일에만 붙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시점은 from the beginning, 원점 회귀는 back to square one, 재료가 없으면 from scratch입니다.

이 문장의 발음 포인트

이 표현은 두 단어인데 자음이 몰려 있어 한국인에게 특히 어렵습니다.

scratch는 한 음절입니다. 이게 가장 큰 함정이에요. 한국어 "스크래치"는 네 음절이지만 영어 scratch는 /skrætʃ/ 한 음절입니다. s·k·r 세 자음이 모음 없이 연달아 붙고, 끝은 ch 소리로 닫혀요. 음절을 늘려 발음하면 원어민에게는 다른 단어처럼 들립니다.

from의 모음은 아주 약합니다. 강세를 받지 않아서 프롬이 아니라 프럼, 빠르게 지나가면 거의 frm처럼 들려요. 힘은 전부 scratch에 있습니다.

앞말과 붙습니다. made from scratch는 메이드 프롬 스크래치가 아니라 메읻프럼스크뢰치 한 덩어리로 굴러갑니다. 특히 d와 f가 만나면서 d가 거의 터지지 않아요.

강세는 EASier · improve ON · SCRATCH에 걸립니다. 끊어 읽기는 위 청크 그대로 세 덩어리이고, than it is to create something new 를 한 호흡에 밀고 나간 뒤 from scratch. 를 툭 떨어뜨리는 게 이 문장의 리듬입니다.

이 문장에서 가져갈 패턴 3개

문장 하나에서 뽑아낸, 그대로 갈아 끼워 쓸 수 있는 틀입니다. 표현 하나보다 이쪽이 오래 남습니다.

  1. 만들다 동사 ... from scratch

    재료도 밑바탕도 없이 처음부터 만들다

    build, make, create, write, cook, start 같은 만들어내는 동사와 짝을 이룹니다. 자리는 거의 항상 문장 끝이에요. 중요한 건 앞에 아무 재료가 없었다는 뜻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이미 있는 것을 고치는 자리에는 못 씁니다.

    We rewrote the whole app from scratch.

    앱을 통째로 처음부터 다시 짰어요.

  2. start (over) from scratch

    지금까지 한 것을 버리고 원점에서 다시

    가장 자주 쓰이는 형태입니다. 이때는 그냥 처음부터가 아니라 **쌓아둔 것을 버렸다**는 뜻이 붙어요. 그래서 대개 아깝다거나 힘들다는 감정이 같이 옵니다. 프로젝트가 엎어졌을 때 딱 맞는 표현입니다.

    The client changed the brief, so we had to start from scratch.

    클라이언트가 요구를 바꿔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어요.

  3. 음식 made from scratch

    기성품을 쓰지 않고 재료부터 직접

    요리에서 이 표현은 거의 관용어 수준입니다. 케이크 믹스를 안 썼다, 소스를 사 오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메뉴판과 포장지에도 자주 보입니다. 이 쓰임을 알아두면 from scratch가 왜 재료에 대한 말인지 감이 확실히 잡힙니다.

    She makes the bread from scratch every morning.

    그분은 매일 아침 빵을 재료부터 직접 만들어요.

직접 만든 예문

아래 예문은 원본 영상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이 페이지를 위해 새로 쓴 문장이며, 음성은 TTS로 생성했습니다.

  1. We didn't have a template, so I built the deck from scratch.

    템플릿이 없어서 발표 자료를 처음부터 다 만들었어요.

  2. Learning a third language from scratch at 40 is humbling.

    마흔에 제3외국어를 맨바닥부터 배우는 건 겸손해지는 일이더군요.

  3. If we can't recover the file, we start from scratch on Monday.

    파일을 못 살리면 월요일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4. This soup tastes like it was made from scratch.

    이 수프는 재료부터 직접 만든 맛이 나네요.

쉐도잉 맛보기

아래 문장을 소리 내어 따라 말하고, 원본과 번갈아 들어보세요.

It's much easier to improve on somebody else's idea than it is to create something new from scr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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